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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주전 코끼리 군의 변화의 조짐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지난 주는 코끼리 군이 공동과제로 바빠서 만나지 못하였고, 오늘 다시 가지모임을 가졌다. 사실 최근 몇 달사이 코끼리 군을 만나며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낯빛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코끼리 군은 비록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여느 도시의 대학생들같은 세련됨은 없지만, 호리호리한 체형에 잘생긴 얼굴을 가졌다. 그런데 뭔가 깊은 고민이 있어 보이는 얼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푸석푸석함이 뭍어나는 얼굴을 하고 나타난 지난 몇개월은 나를 괴롭게 했다. 기도제목이나 힘든 일에 대해 물어도 아무 일도 없다고 말했다. 가지모임에 대한 집중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매주 참석하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오히려 못 나오겠다고 말할 때가 고맙기도 하였다.

 그런데 오늘 그 코끼리 군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 보였다. 막 목욕탕을 나온 것마냥 얼굴에 윤기가 났다. 그래서 물었다. 지난 몇 달 동안 네 얼굴빛이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해왔는데, 오늘은 너무나 좋아보인다고 했다. 성경공부가 자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고 한다. 깜짝 놀랐다. 영악한 코끼리 군의 장난인 것 같아 다시 물었는데, 정말 가지모임을 통해 배운 것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았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하였다. 믿어주고 싶었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무슨 문제에 대한 답을 얻었냐고 다시 물으니 "any"라고만 대답한다. 꼬치꼬치 캐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언젠가 스스로 말할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하고 말고, 성경공부를 해나갔다.

 뭔가 믿음이 좋아보이는 듯하지만 여전히 교회 다닐 생각도 없고, 성경은 채근해서 겨우 몇 장 읽는 코끼리 군. 코끼리 군을 보내고 오히려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성령께서 말씀하시는 뭐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하나님께서 코끼리 군에게 뭔가 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코끼리 군 변화의 두번째 조짐이 되지는 않을까하는 조심스럽지만 기대되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렇게 이내 마음이 평안해졌다. 무슨 일이 있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코끼리 군을 긴 방황에서 꺼내어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복음의 참된 의미를 깨닫아 온전한 제자도를 성실하게 걷는 코끼리 군의 묵직한 발걸음을 꿈꾼다.

과잉활발(hyperactive) 동키양

2011. 8. 17. 10:07 | Posted by dfcjoshua


 동키양은 과잉활발(hyperactive)하다? 외동딸로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라서인지 그늘이 없다.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자신을 표현할 줄 안다. 사랑받는 법을 알고 있다. 처음 리트릿(기도회)에 참석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서로 다니는 교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마침 바기오대성당을 지나는데 동키양이 "저기가 우리 교회야!!"라고 소리쳐서 모두가 당황해서 어색한 웃음만 차 안을 채웠었다. 이렇게만 보면 버릇없고, 막무가내인 공주님이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어머니 덕에 동키양은 예의가 바르고, 장난을 치되 한계를 넘지 않는다. 러블리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동키양은 예수님을 영접한지 9개월정도 되었다. 부모님께서 독실한 카톨릭 신자라서 핍박이 있어 교회를 다니지 못하기도 하였고, DFC활동을 못하게 되었다고 낙심해서 찾아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비 온뒤에 땅이 굳는다고, 이런 어려움이 동키양의 신앙을 더욱 굳세게 하여서 벌써 여러 친구들을 채플과 리트릿에 초청하고, 가지원을 키우는 어려움과 아쉬움을 나눌 정도로 날로 성숙해가고 있다.

 지난 금요일에는 '구원의 확신-의지'라는 메세지를 나눴다. 구원받은 자에게는 이 사랑을 실천하는 의지의 모습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물질에 대해서도 펑펑 나누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던 중, 동키양이 울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뭔가 찔려서 그런가도 싶었다. 그런데 리트릿이 끝나고나서 동키양이 지갑을 잃어버린 사실을 듣게 되었다. 치의대생인 동키양은 실습이 있어서, 클리닉에 가방을 뒀는데 거기서 누군가 지갑을 훔쳐갔다는 것이다.

 식사를 하며, 큐티와 삶을 나누는데 동키양이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간사님은 어떻게 간사를 지원했나요? 재정의 문제가 두렵지 않았나요?"라고 물었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으며, 이제 치과의사로서 풍요로운 삶이 보장된 동키양이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대답을 하였다.

 토목과를 졸업하여, 기사자격증을 가지고 취직을 한 친구들의 수입과 그들이 누리는 생활을 보며 부러울 때가 있었다. 가장이 되어 한 가정을 꾸려가며 겪게 되는 재정적 어려움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때도 여러번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일들로 현재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을 감당하지 못할 어려움을 당해본 적은 없었다. 필요한 재정이, 필요한 타이밍에 없어서 불편함은 있었지만 나는 한번도 재정때문에 이 길에 들어선 것을 후회한 적은 없었다. 가난은 그저 불편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은 곧이어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와 비교할 수 없었다. 그 불편함은 늘 내 입에서 감사의 찬양으로 변했었고, 그 불편함은 늘 하나님의 반전스토리를 위한 장치임을 보아왔다. 불편함이 물질적으로 해결되는 반전도 있지만, 내 마음이 오히려 가난함 속에서 풍요를 누리는 비결을 맛보게 하신 하나님을 만나왔다. 김수환 추기경은 용기가 없어 더 가난하게 살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고 삶을 돌아보셨다. 앞으로 더 어려워지면 어떤 마음이 될지는 장담못하겠지만, 오히려 이런 삶을 통해 가난에도 처할 줄 아는 삶을 배워가는 것이 감사했다. 무엇보다 하나님을 그만큼 더 의지해야 하는 삶이 감사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와 주권 속에서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있어 감사했다. 사람이 성공하려면 삼통(三通)-물통(物通), 인통(人通), 신통(神通)해야 한다는데 나는 간사의 삶을 통해 은혜로 물질이 통하는 내 삶을 보았고, 사람을 통해 그 은혜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고, 그 모든 것 뒤에 하나님이 계심을 보았다. 이런 내 삶이 누구보다도 성공한 삶이 아니겠는가?

 여전히 어눌한 영어로 다소 긴 말을 마치자, 동키양도 말한다. 800페소가 든 지갑을 잃고, 현금카드를 잃고, 간직하고 싶은 오랜 추억의 사진을 잃고 너무 힘들었단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그런데, 내가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으니 하나님의 은혜가 느껴지더란다. 앵무새 군이 주는 1페소짜리 캔디가 사랑의 언어로 받아지고, 씩씩한 양과 다른 친구들의 위로가 상한 자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위로하심으로 다가오고, 차비가 없어 걸으며 새삼 하나님의 만드신 자연을 맘껏 누리는 은혜를 맛보았단다. 그래서 괜시리 졸업 후에 DFC간사로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돈이 없어도 누릴 수 있는 큰 기쁨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되었단다. 여전히 지갑을 생각하면 속이 쓰리지만, 뭔가 새로운 경지의 기쁨을 누릴 수 있어 감사또한 넘침을 고백하였다.

 로마서 8장 28절 말씀을 나누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자신의 불찰로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누굴 탓하겠는가? 없는 살림에 800페소나 되는 돈을 없는 것으로 생각해야 하는 절망감, 현금카드와 신분증을 잃어버려 느껴야할 초조함과 불편함,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빛바랜 추억들을 잃은 것에 대한 자괴감, 그리고 이 모든 일의 결과로 나에게 돌아올 사람들의 경솔한 판단들에 마음은 쓰리고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영향은 의외로 오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실수와 절망 속에서라도 하나님께서는 놓치지 않으시고 희망의 꽃을 피우게 하신다. 이 글을 쓰는 중에 동키양에게 문자가 왔다. 하나님께 모두 내어 맡기고 싶은데 자꾸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길까?'라는 마음이 든다고 한다. 아마 지갑에 관한 내용일 것 같다. 앞으로 몇 일 혹은 몇 주나 더 이 불편함과 동거해야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신하기는 동키양의 미래가 어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생각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것이 그녀의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디 하나님께서 그렇게 완성시켜가시길 기도한다.

알랭드롱군도 변화하려는건가?

2011. 8. 5. 00:38 | Posted by dfcjoshua
 이번 주 가지모임의 키워드는 "변화"인 것 같다.
 엊그제 코끼리 군에 이어, 오늘 알랭드롱 군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며 나를 놀라게 하였다.

 알랭드롱 군은 감정선이 민감하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면서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갈급한 지체이다. 그리고 이것이 먼 곳에서 자신을 통제하려고 하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과 열등감의 결합으로 나타나는 듯 했다. 그리고 열등감의 영원한 친구인 우월감은 자신의 달란트인 춤에 대한 자부심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춤을 받치고 있는 스타일(그것이 남들의 인정을 받든지 말든지)은 자신의 자존심의 결정체인 것 같았다. 알랭드롱 군은 바지에 거는 체인을 좋아하고, 환상의 동물들이 있는 아이템을 좋아하며(태왕사신기를 보고나서 한국어 이름을 "주작"으로 지으려는 것을 간신히 말렸다.ㅡㅡ;;), 락커들이나 차고다닐 법한 손가락을 덮는 반지 등을 좋아한다.

 알랭드롱 군의 락커+힙합의 난해한 스타일은 날 당황스럽게했다. 내가 생각하는 크리스천의 패션코드는 단정함인데, 도무지 말릴수도 없었고 오히려 선물이라며 나에게 내미는 것을 차마 거절하지도 못했다. 가지모임을 하며 크리스천의 옷차림과 행동에 대해서도 많이 설명해주려고 했지만, 적극적이지 못했다. 이제 막 크리스천이 된 형제에게 처음부터 많은 제약을 먼저 경험하게 하고싶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또, 우리는 지난 일년동안 그리고 지금도, 서로의 부족함때문에 싸울 일이 많아서 그런 일은 대수롭지도 않았다.

 오늘 가지모임은 졸리비에서 가졌다. 알랭드롱 군이 요즘 성경공부 예습도 나름 열심히 해오고, 성구도 너무 잘 외워와서 뭔가 특별한 것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 옆 졸리비에서 햄버거를 먹고, 성경공부 끝냈는데 알랭드롱 군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했다. 반지와 체인을 떼내고 왔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알아차리지 못했었고, 쑥 훑어보니 정말 아무 악세사리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왜 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크리스천의 옷차림에 대해서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씩씩한 양과 동키 양도 크리스천의 심플한 옷차림을 말했다고 한다. 아무 것도 달지 않고 다니는 것이 어색하고, 이상하지만 잘 적응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너무 감사했다. 알랭드롱 군의 자존심의 상징이며, 옛 사람의 상징이기도 한 체인을 멀리하려는 노력이 너무나 예뻤다. 변화시켜 가시는 하나님을 너무나 감사했다.

 코끼리 군이나 알랭드롱 군이나 나를 힘들게 한 부분이 있던 형제들인데 이번 주에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보게 하셨다. 언제든 다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하지만 사람이 변하는 일이 좋은 쪽보다 나쁜 쪽으로 가는 일이 쉽다. 좋은 쪽이라고 판단되는 방향으로 하나님께서 형제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셨기에 나는 여러가지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것이 혹시 부흥의 전조?'라는 성급한 마음도 든다. 이 형제들을 통해 UB에, DFC에 부흥의 날이 보여지길 기도한다.

가지원 중 가장 뺀질한 코끼리군과 아침 일찍 만나 가지모임을 가졌다. 함께 말씀을 공부하고, 식사를 하였다. 늘 시큰둥했는데 오늘은 필기도 열심히 하고, 질문도 했다. 자신의 삶도 적극적으로 나눴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집중하던 가지모임이었다. 덩달아 나도 신이 났던 시간이었다.

수업에 가야한다며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내 인생 중 이런 관심을 가져주고, 이런 대접을 해 준 사람은 꾸야 조슈아 밖에 없습니다." 쑥쓰러운 듯 한마디를 남기고 휙 가버렸다. 뭔소린가 경황이 없다가 기쁨이 몰려왔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일년이 넘도록 성실하게 가지모임은 해 온 코끼리군이지만, 너무 남는 것도 변화가 없는 것도 아닌가 생각하게 했다. 그래서, 그만 둘까 싶은 마음도 들던 요즘이었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에 결과를 재단하는 것은 내가아닌 하나님이심을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누구보다 나를 참아주시고, 기다려주신 그리고 늘 좋은 친구로 계신 그 분이 더욱 생각나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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