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키양은 과잉활발(hyperactive)하다? 외동딸로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라서인지 그늘이 없다.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자신을 표현할 줄 안다. 사랑받는 법을 알고 있다. 처음 리트릿(기도회)에 참석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서로 다니는 교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마침 바기오대성당을 지나는데 동키양이 "저기가 우리 교회야!!"라고 소리쳐서 모두가 당황해서 어색한 웃음만 차 안을 채웠었다. 이렇게만 보면 버릇없고, 막무가내인 공주님이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어머니 덕에 동키양은 예의가 바르고, 장난을 치되 한계를 넘지 않는다. 러블리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동키양은 예수님을 영접한지 9개월정도 되었다. 부모님께서 독실한 카톨릭 신자라서 핍박이 있어 교회를 다니지 못하기도 하였고, DFC활동을 못하게 되었다고 낙심해서 찾아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비 온뒤에 땅이 굳는다고, 이런 어려움이 동키양의 신앙을 더욱 굳세게 하여서 벌써 여러 친구들을 채플과 리트릿에 초청하고, 가지원을 키우는 어려움과 아쉬움을 나눌 정도로 날로 성숙해가고 있다.
지난 금요일에는 '구원의 확신-의지'라는 메세지를 나눴다. 구원받은 자에게는 이 사랑을 실천하는 의지의 모습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물질에 대해서도 펑펑 나누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던 중, 동키양이 울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뭔가 찔려서 그런가도 싶었다. 그런데 리트릿이 끝나고나서 동키양이 지갑을 잃어버린 사실을 듣게 되었다. 치의대생인 동키양은 실습이 있어서, 클리닉에 가방을 뒀는데 거기서 누군가 지갑을 훔쳐갔다는 것이다.
식사를 하며, 큐티와 삶을 나누는데 동키양이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간사님은 어떻게 간사를 지원했나요? 재정의 문제가 두렵지 않았나요?"라고 물었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으며, 이제 치과의사로서 풍요로운 삶이 보장된 동키양이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대답을 하였다.
토목과를 졸업하여, 기사자격증을 가지고 취직을 한 친구들의 수입과 그들이 누리는 생활을 보며 부러울 때가 있었다. 가장이 되어 한 가정을 꾸려가며 겪게 되는 재정적 어려움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때도 여러번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일들로 현재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을 감당하지 못할 어려움을 당해본 적은 없었다. 필요한 재정이, 필요한 타이밍에 없어서 불편함은 있었지만 나는 한번도 재정때문에 이 길에 들어선 것을 후회한 적은 없었다. 가난은 그저 불편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은 곧이어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와 비교할 수 없었다. 그 불편함은 늘 내 입에서 감사의 찬양으로 변했었고, 그 불편함은 늘 하나님의 반전스토리를 위한 장치임을 보아왔다. 불편함이 물질적으로 해결되는 반전도 있지만, 내 마음이 오히려 가난함 속에서 풍요를 누리는 비결을 맛보게 하신 하나님을 만나왔다. 김수환 추기경은 용기가 없어 더 가난하게 살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고 삶을 돌아보셨다. 앞으로 더 어려워지면 어떤 마음이 될지는 장담못하겠지만, 오히려 이런 삶을 통해 가난에도 처할 줄 아는 삶을 배워가는 것이 감사했다. 무엇보다 하나님을 그만큼 더 의지해야 하는 삶이 감사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와 주권 속에서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있어 감사했다. 사람이 성공하려면 삼통(三通)-물통(物通), 인통(人通), 신통(神通)해야 한다는데 나는 간사의 삶을 통해 은혜로 물질이 통하는 내 삶을 보았고, 사람을 통해 그 은혜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고, 그 모든 것 뒤에 하나님이 계심을 보았다. 이런 내 삶이 누구보다도 성공한 삶이 아니겠는가?
여전히 어눌한 영어로 다소 긴 말을 마치자, 동키양도 말한다. 800페소가 든 지갑을 잃고, 현금카드를 잃고, 간직하고 싶은 오랜 추억의 사진을 잃고 너무 힘들었단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그런데, 내가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으니 하나님의 은혜가 느껴지더란다. 앵무새 군이 주는 1페소짜리 캔디가 사랑의 언어로 받아지고, 씩씩한 양과 다른 친구들의 위로가 상한 자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위로하심으로 다가오고, 차비가 없어 걸으며 새삼 하나님의 만드신 자연을 맘껏 누리는 은혜를 맛보았단다. 그래서 괜시리 졸업 후에 DFC간사로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돈이 없어도 누릴 수 있는 큰 기쁨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되었단다. 여전히 지갑을 생각하면 속이 쓰리지만, 뭔가 새로운 경지의 기쁨을 누릴 수 있어 감사또한 넘침을 고백하였다.
로마서 8장 28절 말씀을 나누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자신의 불찰로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누굴 탓하겠는가? 없는 살림에 800페소나 되는 돈을 없는 것으로 생각해야 하는 절망감, 현금카드와 신분증을 잃어버려 느껴야할 초조함과 불편함,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빛바랜 추억들을 잃은 것에 대한 자괴감, 그리고 이 모든 일의 결과로 나에게 돌아올 사람들의 경솔한 판단들에 마음은 쓰리고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영향은 의외로 오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실수와 절망 속에서라도 하나님께서는 놓치지 않으시고 희망의 꽃을 피우게 하신다. 이 글을 쓰는 중에 동키양에게 문자가 왔다. 하나님께 모두 내어 맡기고 싶은데 자꾸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길까?'라는 마음이 든다고 한다. 아마 지갑에 관한 내용일 것 같다. 앞으로 몇 일 혹은 몇 주나 더 이 불편함과 동거해야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신하기는 동키양의 미래가 어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생각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것이 그녀의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디 하나님께서 그렇게 완성시켜가시길 기도한다.